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의 가치

따뜻한 햇살이 드는 창가의 빈 의자와 커피,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의 가치 표지

우리는 왜 쉬는 순간에도 무언가를 해야 한다고 느낄까요? 심리학 연구를 통해 고요한 시간의 의미를 살펴봅니다.

아무런 일정이 없는 오후가 찾아오면 우리는 무엇을 할까요? 소파에 앉아 잠시 쉬려고 하다가도 습관처럼 스마트폰을 집어 듭니다. 메시지를 확인하고 짧은 영상을 보다 보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듭니다. ‘분명 쉬고 있었는데, 왜 제대로 쉰 것 같지 않을까?’

우리는 하루를 알차게 보내는 방법에는 익숙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는 방법에는 의외로 서툽니다. 어쩌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계획이 아니라 아무런 성과를 요구하지 않는 시간일지도 모릅니다.

01. 아무것도 하지 않는 일이 어려운 이유

햇살 드는 창가의 커피와 책
햇살 드는 창가의 커피와 책

2014년 학술지 《Science》에 발표된 티머시 윌슨 연구진의 연구는 외부 자극 없이 혼자 생각하는 시간이 의외로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11개 연구에서 참가자들은 대체로 6~15분간 별다른 활동 없이 생각하는 시간을 즐겁게 느끼지 못했습니다. 일부 실험에서는 불쾌한 전기 자극을 선택한 참가자도 있었습니다.

이 결과가 모든 사람이 고요한 시간을 싫어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다만 잠깐의 빈 시간을 견디기 어려워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릴 때, 커피가 나올 때, 잠들기 직전에도 스마트폰을 집어 드는 습관을 떠올리게 합니다.

02. 우리는 생각하는 시간을 과소평가할지도 모릅니다

창가에 앉아 풍경을 바라보는 사람
창가에 앉아 풍경을 바라보는 사람

2022년 미국심리학회가 소개한 연구는 다른 면을 보여줍니다. 총 259명이 참여한 여섯 개 실험에서 참가자들은 혼자 생각하는 시간을 실제 경험보다 덜 즐거울 것이라고 예상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두 연구가 반드시 모순되는 것은 아닙니다. 실험의 조건과 질문이 달랐기 때문입니다. 중요한 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분명 지루할 것’이라는 우리의 예상이 늘 정확하지 않다는 사실입니다. 처음엔 어색해도 화면에서 눈을 떼고 자신의 생각을 따라가는 일이 뜻밖에 괜찮을 수 있습니다.

03. 멍하니 있어도 생각은 움직입니다

고요한 방의 빈 의자와 꽃
고요한 방의 빈 의자와 꽃

창밖을 보다가 오래전 여행이 떠오르고, 그 기억이 다른 생각으로 이어진 적 있나요? 이렇게 현재 하는 일에서 벗어나 마음이 흘러가는 현상을 ‘마인드 원더링(mind wandering)’이라고 부릅니다.

2023년 《Creativity Research Journal》에 발표된 연구는 성인 155명의 자료에서 의도적인 생각의 방황과 비의도적인 생각의 방황이 창의적 사고 측정치와 긍정적인 관련성을 보였다고 보고했습니다. 다만 상관관계 연구이므로 멍하니 있기만 하면 창의성이 높아진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무엇보다 휴식을 아이디어 생산의 수단으로 만들 필요도 없겠지요.

04. 쉼마저 잘해야 한다는 부담

침대 위에서 편히 쉬는 고양이
침대 위에서 편히 쉬는 고양이

효율적인 수면, 기록하는 명상, 목표 걸음 수. 좋은 습관들이지만 어느 순간 쉬는 일조차 평가받는 과제가 되기도 합니다.

오늘 얼마나 잘 쉬었는지, 휴식 후 얼마나 생산적이었는지를 확인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좋아하는 음악을 듣거나 따뜻한 차를 마시며 창밖을 보는 시간도 충분히 의미 있습니다. 특별한 깨달음이 없더라도 실패한 휴식은 아닙니다.

05. 하루에 작은 여백을 만드는 방법

창가의 열린 노트와 커피
창가의 열린 노트와 커피

처음부터 한 시간씩 비워 둘 필요는 없습니다. 커피가 내려오는 동안 스마트폰을 꺼내지 않거나, 식사 후 10분 정도 조용히 앉아 있는 것부터 시작해 보세요.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도 정서적 웰빙을 위한 실천 방법 중 하나로 자신을 위한 짧은 휴식 시간을 제안합니다.

중요한 것은 시간을 얼마나 ‘잘’ 사용했는지 점검하지 않는 것입니다. 조용히 있는 동안 불안이나 걱정이 커진다면 산책, 음악, 대화처럼 자신에게 맞는 휴식으로 바꾸어도 좋습니다.

06.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조금의 여백

햇살이 드는 바닥과 화분
햇살이 드는 바닥과 화분

하루를 돌아볼 때 우리는 흔히 무엇을 했는지부터 떠올립니다. 끝낸 일과 다녀온 장소, 새롭게 배운 것들이 그날의 가치를 설명해 주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반면 아무것도 하지 않은 오후는 쉽게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남에게 보여 줄 결과도, 특별한 기록도 없을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기록할 만한 일이 없었다고 해서 그 시간이 무의미했던 것은 아닙니다.

창가에 앉아 천천히 식어 가는 차를 마시는 동안, 어쩌면 우리는 그날의 마음을 조금 더 또렷하게 느낄지도 모릅니다. 어떤 날에는 생각이 정리되고, 또 어떤 날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겠지요. 어느 쪽이든 그 시간을 굳이 평가할 필요는 없습니다.

이번 주말에는 일정표 한쪽에 작은 빈칸을 남겨 보는 건 어떨까요? 어디에도 가지 않아도 되고, 무언가를 배우지 않아도 되고, 사진 한 장 남기지 않아도 되는 시간 말입니다.

처음에는 그 고요함이 조금 어색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좋아하는 음악을 틀거나 잠깐 산책을 해도 좋습니다. 중요한 것은 쉬는 방식까지 정답으로 만들지 않는 일입니다.

삶을 채우는 것은 우리가 해낸 일들만이 아닙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았던 순간들 역시, 우리의 하루를 이루고 있습니다.


참고 자료

  1. Wilson et al. (2014), Science — Just think: The challenges of the disengaged mind
  2. American Psychological Association (2022), Put down devices, let your mind wander
  3. Orwig et al. (2023), Creativity Research Journal — Mind Wandering and Creativity
  4. CDC, Tips to Improve Your Emotional Well-Being

이 글은 공개된 연구와 기관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한 일반적인 라이프스타일 콘텐츠입니다. 개인에 따라 휴식의 경험은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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